앞부분을 쓰다가 그냥 본능적으로(....) 중요한(....) 부분부터 올린... (파멸(멸망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술이 닿았다. 사실 데인은 앤드류가 자신에게 입을 맞출 것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얼굴, 그가 짓고 있던 표정이 이어질 장면을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한없이 다정한 눈빛과 입가에 살며시 걸려있는 미소,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며 얼굴을 감싸는 손, 입맞춤으로 이어지는 모든 행위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에 마치 볕이 따스하게 내려 쬐는 공원에서 끌어안고 장난을 치다가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는 오랜 연인 사이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부드럽게 닿아오는 입술에 살며시 눈을 감은 그 순간,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엠마와 자신의 옷을 꼼꼼히 펴주며 웃어 보이던 안나의 얼굴이 떠올라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데인은 두 손으로 앤드류의 가슴팍을 세게 밀쳤고, 덕분에 잠시 서로의 입술이 떨어졌다. 하지만 작정이라도 한 듯 앤드류는 자신을 밀어내는 데인의 양팔을 움켜잡아 억지로 제 품 안으로 끌어당겨 몸을 밀착시켰다. 잠시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결국 서로의 입술은 다시 겹쳐져있었다. 저항하길 포기한 듯 힘 없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뾰족한 두 혀끝이 만났다. 다소 조심스럽게 서로의 혀를 쓸던 입맞춤은 점점 빨라졌고, 입술이 비벼지고 혀가 얽히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귓가를 울렸다. 여전히 세게 잡혀있는 두 팔이 아파왔지만 이러한 것에 신경을 쓸 여유 따윈 없었다. 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며 앤드류는 능숙하게 데인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뱀처럼 허리를 감아오는 앤드류의 두 팔을 느끼며 움찔거리던 그 때, 저 멀리 실내 촬영장에서 희미하게 마크의 외침이 들렸다. 이봐, 앤드류! 어딜 간 거야! 곧 촬영 시작한다고! 두 사람은 그 외침에 황급히 떨어졌고, 다소 멍한 표정으로 서있던 데인은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입을 가렸다. 지금 당장,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당최 정리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입을 가리고 멍청하게 서있는 데인을 바라보며 입맛을 쩝- 한번 다신 앤드류는 주변을 한번 살피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왼쪽 귓가에 입을 바짝 대곤 웅얼거리듯 속삭였다.
“다음에 계속 하자.”
다음에 계속 하자
귓가를 간질인 그의 말도 충격이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반대편 귓불을 손가락으로 꼬집었기에 데인은 반사적으로 고갤 쳐들어 앤드류를 바라보았다. 무어라 말을 건네기도 전에 앤드류는 씨익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 보이며 유유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 여기 있어요! 언제나와 같이 쾌활하고 발랄한 그의 목소리만 허공에 흩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망치로 머릴 세게 맞은 듯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고 있던 데인의 눈에 아무렇게나 쏟아져있는 라떼와 그 위를 뒹구는 종이컵이 들어왔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어느 흐린 날의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