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35도의 날씨. 그렇기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타이어를 허리에 묶은 채로 고집스럽게 내달리던 사와무라가 쓰러진 건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실내연습장 구석에 누워 얼음물을 적신 수건을 얼굴에 덮고선 숨을 고르고 있는 꼴이 한심하기 그지 없었기에 사와무라가 누워있는 곳 주변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으며 미유키는 그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잘한다, 내일 경기가 있으니 몸은 적당히 풀라는 말을 도대체 왜 안 듣는 거야? 그렇게 마구잡이로 달린다고 안 좋은 실력이 단숨에 늘어? 여기까지 말을 하자 얼굴을 덮고 있는 수건을 밀어 올리며 분노하는 사와무라였다.
“아! 정말 시끄럽네! 상관마십셔!”
이쯤 되자 늘 여유가 넘치는 미유키도 열이 올라 지지 않고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누구보고 시끄럽다는 거야? 네가 더 시끄럽다! 어떻게 상관을 안 하냐? 이 바보 같은......아니, 바보 같은 게 아니라 그야말로 바보가 팀 발목을 자꾸 잡는데. 살다 살다 너처럼 사람 말귀를 못 알아먹는 놈도 처음이다 처음.
“크리스 선배가 적당히 하라고 말했어도 네가 이랬겠어?”
“크리스 선배랑 당신이랑 같슴까?”
크리스 선배가 적당히 하라고 말했어도 네가 이랬겠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당황한 것도 잠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 치는 사와무라의 반응에 미유키는 쓴 웃음을 지었다. 속이 쓰리다 못해 아려온다.
“......같지 않으면 뭐가 다른데?”
크리스 선배도 선배, 나도 네 선배 아니야? 선배도 포수, 나도 포수, 넌 투수라는 것도 같잖아? 안 그래? 그 순간 어색한 침묵이 공기를 감싸 안았다. 평소엔 조용히 하라고 그렇게 구박을 해도 굴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대던 주제에 이러한 질문엔 교묘하게 입을 다무는 사와무라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어 미유키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미유키는 알고 있었다. 은근슬쩍 흘리듯 내뱉은 자신의 질문에 사와무라가 대답할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입을 다물고 누워있는 사와무라를 잠시 바라보다가 미유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를 내었다.
“......됐다. 충분히 쉬다가 나와.”
조금만 쉬다가 가겠슴다. 천하의 사와무라 에이쥰, 이정도 더위엔 끄떡없슴다! 물 먹은 솜처럼 축 쳐져서 누워있는 주제에 입만 살아 외쳐대는 것이 평소와 다름이 없어 미유키는 웃으며 그래, 그래, 야구를 못하면 말이라도 잘 해야지 라며 핀잔을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미유키 카즈야! 이 자식!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질러대는 사와무라를 뒤로 하고선 웃으며 밖으로 걸어나가는 미유키였다.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서려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졌다.